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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언제나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게임 번역,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트랙백한 게시글을 쓰신 류가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번역이라는 것은 참으로 껄끄러운 문제이다. 어찌보자면 서로 다른 두 말글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가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 어느 쪽이 더 중요한 지는 각자 다 생각이 다르겠지만(유명한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에는 아예 톨킨 옹께서 번역 지침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냥 따라가면 되는 일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번역에는 딱히 이런 지침이 없기에 전적으로 번역자의 역량과 자질, 성향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나는 번역되는 내용물(콘텐츠)에 따라서 달리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스타 크래프트 2는 어찌 되었든 컴퓨터 게임이고, 게임 자체를 학술적인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면야 현지인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문학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원어가 가지고 있는 어감이나 중의적인 뜻때문에 번역한 글보다는 번역되는 쪽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지만 컴퓨터 게임은 놀이이기 때문에 그 놀이를 즐기는 데 이상이 없을 정도로 번역하는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글쓴이께서 예를 드신 Marine의 경우에서는 의미 상실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경우라, 그냥 음역하여 '마린'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물론 이렇게 하면 Marine을 원어의 뜻과 심상으로 받아들이는 원어민과 마린이라는 외국어의 뜻과 심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차이 역시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를 해병보이로 바꿨을 때 생겨나는 묘한 괴리감은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이다.
 좀 더 정확하게 밝히자면 스타의 Marine은 우주시대의 병사고 스타는 수중전이나 수상전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말은 Marine이라고 썼을 지언정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물에서 상륙하는 병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글쓴이 말씀대로 "양륙돌격병"으로서 그 말을 썼을텐데... 이 말을 해병으로 옮기면 표의문자인 한자의 특성에 따라 '바다'의 뜻이 들어가고 이미 우리가 가진 해병사령부 소속의 병사들이 자꾸 떠오르게되니 그것이 고민이다.

 다른 예들도 마찬가지인데 역시나 번역은 두 말글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 여러모로 골치 아픈 부분이 정말 많다. 어떤 때는 번역되는 쪽에, 또 다른 때는 번역하는 쪽에 비중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하다보면 내가 대체 무슨 말을 쓰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다만, 이런 기준들을 적용할 때는 적어도 일관성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개인적인 예를 들자면, 내가 부대에서 항공교범을 번역할 당시에 뜻은 정말 비슷하지만 자꾸 혼용되는 낱말들이 있었다. 다른 구조는 전부 같은데 유독 그 낱말만 다르게 나타나있지만 앞뒤 흐름을 살펴보고 글줄 안에서 뜻을 이끌어내 보아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난 그래서 글쓴이가 교범을 쓸 때 다른 말을 같은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똑같은 우리말로 옮겼다. 우리 역시 분명히 조금씩 다른 말인데로 잘 몰라서 그 말을 같은 글 안에서 같은 뜻으로 쓸 때가 종종 있는데 이것 역시 같은 상황으로 이해하여 그렇게 했다. 그렇지만 엄연히 그 낱말의 뜻이 다르고 그 낱말이 들어간 틀이 달랐을 때는 당연히 다른 말로 옮겼다.
 나는 TRPG D&D를 즐기는 사람인데, 어떤 낱말들은 아주 비슷한데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다. 다 같은 죽은 자인 언데드Undead 사이에서도 사전을 보면 같거나 아주 비슷한 낱말인데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는 일이 있다. Wraith나 WIght, Ghost는 사전에는 다같이 영혼이나 망령이란 뜻인데, MM에서의 묘사는 다 제각각이다. Lich를 사전에서 찾았더니 영국 방언으로 시체란다. 그 단순한 시체가 D&D에서는 마법을 마구마구 써대는 무서운 괴물이다.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음역을 한다.
[파워 리치가 어째서 힘센 이끼가 되는거야?!]

 글의 흐름과 약간 어긋난 듯한 짤이었지만 넘어가고(...), 글쓴이님과 약간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분을 짚어보자면 한자어의 남용이라는 부분이다. D&D 관련 번역을 하거나 읽을 때도 사전에는 길게 풀이되어 있는데 이걸 획기적으로 옮길 수 없을까?하고 생각하다보면 결국 답은 한자말로 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자말이 우리가 뜻밖에도 잘 모르는 토박이말보다 조어(造語)가 쉽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토박이말로 한참을 설명해야 하는 것도 한 글자에 뜻을 한번에 담을 수 있는 표의문자인 한자로는 달랑 몇 글자면 가능하다. 그렇기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수없이 많은 일본식 한자말들을 만들어낸 것일테고. 역시 이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아직까지도 한자말에 오래 가려져 알려지지 않았던 토박이말을 많이 되살리거나, 영어와 국어 전문가 여럿이 붙어서 아주 오랫동안 작업해서 진짜 괜찮은 영한사전이 나오거나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것이 아직까지 실현이 어려운만큼 한자말을 이용한 조어는 인정을 하는 수 밖에 없는 듯.

 Zealot이야 본디 광신도라는 말이었으니 광전사로 옮긴 것인 ERROR고, 차원분광기, 분열기, 집정관이란 말은 우리말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말이고 같은 뜻의 토박이말을 찾기도 무지 어렵지만 저쪽 물 건너에서도 저런 말은 거의 쓰지 않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게임의 설정 속에서나 쓰는 말이다보니까 물론 그들에게도 어려운 말일 것이니 이 부분은 영어에서 한자어로의 단순 대체라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듯 싶다.

 p.s. 그리고 사전과 용례를 참조한 결과, '이''이빨', '치아'의 차이는 이는 다소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이빨은 이의 낮춤말, 치아는 이에서 첫번째 의미만을(특히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박이말과 한자말의 뜻 분화에 대한 글은 아니,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서거를 모른다는 거야?! 참조. 사전에는 그저 간단히 '치아를 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으니 사전이 약간 한심해보이네요. 이래서 진짜 학문용 사전이 따로 나와야 된다니까요.
by 새벽의숲 | 2009/07/01 00:03 | 퍼오고 업어온 것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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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olized at 2009/07/01 01:54
Marine의 어원 역시 라틴어로 '바다의'라는 의미를 가진 Marinus에서 나왔으며, 그네들도 저 단어를 보면 대개 물에서 상륙하는 미 해병대를 떠올립니다. 영어 단어의 조어는 거의 대부분 라틴어 기반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표의 문자인 한자와 별반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하구요. 이런 점에서 해병이라는 번역에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블리자드 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멧젠이 마련한 현지화 지침을 따라 현지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방침 중에는 현지화할 단어와 하지 않을 단어를 구분하는 것도 있다고 하고요. 아마도 Marine은 현지화 대상인가 봅니다. :)
Commented by 새벽의숲 at 2009/07/01 15:02
lolized 님/ 반가워요! lolized님. 저 역시 해병이라는 낱말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보지만,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에 즐기자고 하는 게임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것은 그냥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입장이고, 정말 엄밀히 말하자면 현지화 번역팀은 이런 모든 소리와 의견에 귀기울여야 겠지요.

솔직히 밝히자면 '마린'이라고 음역했다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마린이라고 해도 나름대로 고민해서(그렇게 믿고 싶지만) 나온 것이라면 제가 언데드Undead의 무형incorporal 삼형제를 음역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기에 약간의 동정심이... 음... 저 역시 본디 한자말을 써서라도 번역을 기어이 하는 편이라서, 해병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급 심경의 변화가...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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