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말글에 관심이 부쩍 높아져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다가 괜찮다 싶어서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이런 사전류의 책은 한 번에 읽어 젖히면 오히려 학습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주 천천히 읽었다. 많이 읽으면 하루에 스무 쪽 정도 읽었으니. 조금씩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걸 보면 곁에 두고 계속 읽을 만한 책인 듯하다. 제목은 우리말에 대한 것만 나올 것 같지만 꽤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도 폭넓게 다루고 있어 실용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사전 형식으로 되어 가나다순으로 비슷한 말끼리 묶어 그 유래를 밝히면서 용례도 써 놓아서 만족스럽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낱말이나 표현은 문맥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문이 없으면 제대로 써먹질 못한다. 이는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인데 정말 '이거슨 진리'라는 느낌이 왔다. 그 분은 단어장따위를 들고 다니면서 외우는 놈들을 보면 응징하셨고 지문 번역과 해석도 절대 참고서를 보고 하지 못하게 하셨다. 진짜 언어 배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주 정확하게 가르쳐주신 분이다. 좀 무겁고 짜증나더라도 사전의 예문과 용례 해설을 보면서 낱말을 배워야 정말 써먹을 수 있는 자기 말이 된다고 역설하셨고. 어떤 말이나 글을 듣거나 읽을 때는 뉘앙스를 수동적으로 해석할 뿐이다. 설혹 잘 모르더라도 주변의 문맥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기 때문에 수동적이나마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말하거나 쓸 때는 자신이 그 문맥과 뉘앙스를 능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 이제서야 그 말이 내 말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정확히 어떤 뜻인지 이해해서 흐름에 알맞는 낱말과 표현을 써야하는 것이다. 적확함을 드러내는 뉘앙스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는 유래를 아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지금은 유래에서 뜻이 멀어진 것들도 있지만 처음에 어떤 의미로 쓰였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면, 적확하게 사용하는데 큰 무리나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들은 유래에서 뜻이 많이 달라진 경우인데,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위해 책쓴이는 용례와 예문을 든다. 본디 우리가 어휘와 어법을 익히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어떻게 쓰는지를 살피며 자연스럽게 내화시키는 과정이다. 종합적인 지식을 모아놓은 교양서로서 좀 더 빠른 지름길(단기 과정)을 알려주고, 또 사전으로서 궁금하면 찾아서 쓸 수 있게 한 것을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뉘앙스를 소개하는 방법도 무작정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쓰이는 사례나 인용을 통해서 아, 맞아~하는 공감을 이끌어 내니, 쉽게 잘 읽힌다. 그리고 이런 소개 방식은 우리가 정말 뉘앙스가 헷갈려서 어떤 말을 써야할지 고민하는 곳을 짚어줌으로써 실용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전체적으로 나무랄 것이 없는 훌륭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집 책장에 구비해두어 글을 쓰면서 때때로 참고하면 좋을 듯해서 지름 목록에 추가해뒀다. 예전에 읽었던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와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 책은 외래어도 다루면서 유래를 밝히고 있으니 어디가서 유식한 척 하기 딱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 평점 : 92/100 난이도 : ★★★★★ 딱히 어려운 얘기도 없고 아주 약간의 상식만 있다면 읽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재미 : ★★★★☆ 우리 말글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말을 많이 하거나 글을 쓰는 일을 하시는 분들은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는 뭐 이런 걸 귀찮게 다 따지느냐며 핀잔을 들을 수도. 이런 말이 돌아오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 니 똥 굵다!!" 추천도 : ★★★★★ 시시콜콜하게 잰 척하려면 이런 책만한 게 없다. 그리고 내용이 워낙 알차서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디자인 : ★★★★☆ 재치있는 삽화가 마음에 들었으나 책 크기를 조금 키우고 두께를 줄이면 어땠을까? 무려 400쪽에 이르는 볼륨은 책장에 꽂아두기가 참 그렇더라...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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